“불평등에 저항하라” – 노란 조끼 운동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2018년 11월, 노란 조끼를 입은 30만 명의 프랑스 시민들은 고속도로 진입로를 막아서고,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샹젤리제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 첫날부터 이들의 구호는 “마크롱 퇴진”이었으며, 두 번째 집회가 열린 11월 24일 ‘노란 조끼’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지지율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le Mouvement des Gilets Jaunes)은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로, 프랑스 정부가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경유 유류세를 23%, 휘발유 유류세를 15%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높은 파리의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다수 저소득층은 파리 외곽에서 통근을 위해 자가용이 필수품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상이 된다면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유류세는 대표적인 역진세로, 세금을 높인다고 해서 소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조세부담이 강해집니다. 불과 5년 전 디젤차량의 구매를 권유하던 프랑스 정부는,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힘없는 저소득층에게 다시 한번 세금 부담을 지운 셈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 10년간 프랑스에서 가장 부자인 500명의 자산은 12배로 늘어났으며, 빈곤층으로 새로 전락한 사람은 60만 명, 노숙자의 수는 50%나 증가했습니다.

집권 초기부터 마크롱 정부는 고소득층에게 주로 적용되는 부유세와 재산 소득세를 대폭 감세해주는 친자본 정책을 일삼았고,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궁)의 사치스러운 소비는 결국 프랑스 전역에 걸친 시민들의 분노를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영부인이 50만 유로(약 6억4000만원)짜리 찻잔 세트를 주문했어요. 30만 유로짜리 카페트도 샀다네요. 우린 식기류를 자선시장에서 사와요."

- 시위 참가자 -
노란 조끼 시위대

유류세에 대한 저항을 시작으로, 복지감축 정책에 영향을 받은 빈곤층, 정부 개혁으로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 공무원들, 위기감을 느낀 중산층, 자포자기한 서민들까지, 프랑스 시민들은 이제 혁명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2018년 12월,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오랫동안 축적된 시민들의 절망은 불타는 차량과 깨진 유리창, 부서진 마리아상, 파손된 개선문과 함께 폭력 시위로 확산되었고, 세계 각국의 언론은 노란 조끼 시위를 최악의 폭력 시위로 묘사했습니다.

"연금은 점점 줄어들고, 내야 하는 세금과 물가는 점점 올라간다. 가만히 있다가 나는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이런 세상을 내 손자들에게 물려 줄 수 없어서 마크롱을 끝장내러 왔다"

- 시위 참가자 -

프랑스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 8만 9000명과 장갑차 12대를 투입했습니다.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으며, 시위 중심지 근처 지하철역 24곳은 이미 모두 차단된 상태였습니다. 시위 중 4명이 사망했고 17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300명이 넘는 프랑스 시민들이 연행되었습니다.

폭력적 시위에도 불구하고,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지지도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이 폭력적 시위로 변질된 다음날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시민들 70% 이상이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정계를 막론한 프랑스 주요 인사들 역시 노란 조끼 운동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프랑스가 역사상 지금처럼 부자인 적은 없었다. 동시에 프랑스의 부가 지금처럼 불평등하게 분배된 적도 없었다."

- 프랑스 정치인, 제라르 필로쉬 -
노란 조끼 시위에 참가한 어린이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범국민적인 지지에 위협을 느낀 프랑스 정부는 결국 유류세를 포함한 전기세, 가스비 등의 인상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히며, 강경대응의 입장을 철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에 참가한 시민들은 투표를 통해 정해진 아래 15개의 항목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1. 노숙자 제로 사회: 2017년에 집계된 노숙자 수는 14만 3000명
  2. 주택 단열 지원: 환경오염과 온실가스의 주범이 주택난방이므로
  3. 사회 임대주택 건설 증대, 집세 인상 제한
  4.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누진적 소득세율 부과: 현 5단계에서 14단계로
  5. 다국적 기업/대기업에 높은 과세,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은 저과세
  6. 유류세 포함 모든 간접세 인하
  7. 최저임금 인상: 현 세후 1150유로(150만 원)에서 세후 1300유로(170만 원)로
  8. 남녀 동일 지위, 동일 임금.
  9. 국민연금 월 수령액 하한선 인상: 현 630유로(82만 원)에서 1200유로(156만 원)로.
  10.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 : 주거와 안전, 음식, 미성년자들에겐 교육
  11. 임금 상한선을 15,000유로(1950만 원)로, 최저임금의 20배
  12. 긴축 경제 끝내고, 세금도피처에 은닉된 800억 유로(104조 원)를 찾아 과세할 것.
  13. 직접 민주주의 확대 : 국민투표/지역주민투표로 주요 정책 사항 결정.
  14.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특권 폐지: 국회의원, 대통령 등
  15. 마크롱이 없앤 부유세 재가동

마크롱은 정부는 그동안 유류세 인상이 마치 환경보호를 향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처럼 주장해왔고,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생각 없는 자들의 철없는 요구’로 일축해왔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시민들의 요구에는 실질적인 친환경 대안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을 이루는 사안은 부자들에게 돈을 거둬들이고, 그 돈으로 더 많은 복지를 행하라는 요구였습니다. 또한, 난민 신청자들에게 인도적 대우를 할 것을 핵심 요구 사항에 올리면서, 노란 조끼 시위자들이 극우 무리라는 주장 역시 일축되었습니다.

노란 조끼 시위대

"우리는 빵 부스러기를 원하지 않는다. 바게뜨를 통째로 원한다"

- 노란 조끼 시위대 -

2019년 현재, 노란 조끼 시위는 세금에 대한 목소리를 넘어 사회적 정의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확대되었으며, 인근 국가인 벨기에, 네델란드, 독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란 조끼로 표출된 프랑스 시민의 절망은 신자유주의라는 공통의 지옥에 놓인 모든 지구촌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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